
화천은
고향의 손바닥처럼 오밀조밀한 소읍이 정겹고 아늑하다
아름다운 손금처럼 맑은 강과 푸른 길이 깊은 계곡과 산맥으로 이어져
손끝 어느 방향으로 가도 수려한 산과 수정같은 물의 흐름이다
화천은 무한정의 산소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청정한 심장이다
그 맑은 동맥을 따라 푸른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빙어떼의 비상이 눈부시다.
화천은 둘러보면 검도록 푸른 초록의 산맥으로 둘러친 작은 분지다
그래선지 그 분지에 들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싱그러운 들길을 거닌다
강과 시냇물을 따라 흐르는 도로가 비에 씻겨 깨끗하고 공해가 없어 신선하다
시내 어느 구석도 낯선곳이 없이 정갈하다
친구 말처럼 화천은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북한강의 상류엔 아직 오염되지 않은 작은 도시가 존재한다
여긴 금강산 줄기인지도 모른다
이곳은 동서로 태백과 광주산맥이 이어진
1000고지가 넘는 산맥으로 둘러쳐저 있고
산봉우리가 굽이굽이 이어져 강과 산의 고장이다
한마디로 지금 여름은 초록의 고장이지만
아마 봄이면 화사한 꽃빛의 축제이고 가을이면
어느 산보다도 화려한 단풍의 고을이고
겨울이면 강을 따라 하얀 설화가 눈부신 풍경일 것이다
내 친구는 외지인이면서도 그렇게 화천을 자랑했고 사랑했다
그 맑고 신선함에 정들고, 고요하고 조용해서 편안하고 정겨워지고
산이 고독해서 그리워진다고....
그래서 잠시 이곳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남대천을 찾는 연어떼처럼 화천의 강을 따라 마음의 고향을 찾는다고...

강은 수평으로 가른 푸른 가르마를 타고
똑같은 산과 하늘을 쌍둥이처럼 데리고 깊은 물속에 누워 있다
평화로운 여름날의 데칼코마니.
강 가운데로 날렵한 상어처럼 카누 서너척이 물그림자를 지우며 스친다
하늘을 유유히 날고있는 잠자리떼는 유선형의 파문을 따라 비상의 속도를 조절한다
여름날의 푸르른 질주.
맑은 강을 따라 다시 산과 마을이 마주보고 또 다른 산맥을 이룬다
동촌리를 따라 흐르는 수평의 강가는 산그림자가 어려
강속엔 더 깊고 푸른산이 잠겨있다
지나치는 차창의 속도와 나란히
서너척의 카누가 물그림자를 지우며 강을 거슬러 오른다
물이 맑고 바람이 없어선지 화천의 강은 카누선수들의 훈련장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뭇잎처럼 날렵한 카누가 무척 이국적이다
나룻배가 아닌 카누가 속력을 내는 화천의 강가는
스위스의 인터라켄 호수처럼 물그림자가 영롱하고 아름답다
화천에서 동촌리를 가는 길가엔 노오란 원추리꽃이 한창이다 산비탈을 따라 옥수수밭이 울창하고 콩밭이며 고추밭이며 모든 채소와 농작물이 싱싱하고 기름지다 청정지역의 초록빛은 무공해의 바로미터다 아마 공해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있다면 초록의 순수로 물들것이다
아직 나즈막한 강가에도 피서객의 텐트가 서너채씩 그림처럼 있을 뿐 붐비지 않는 한가로운 여유가 강물을 따라 흐르고 계곡을 끼고 흐르는 포장도로도 차량이 한산하다 모든 풍경이 느리게 영화속의 풍광으로 흐른다 수력발전소가 가까운 곳에 강을 가로지른 녹슨 나무 다리가 기둥은 멀쩡해보이는데 나무로 이어진 난간이 세월로 썩어간다 분단의 역사가 느껴지고 상처처럼 남겨진 흔적에 애착이 간다 다리는 이미 폐쇄되어 세월의 바람만 건너 다닌다

시오리를 지나서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서야 한두채 인가(人家)가 보인다
채송화 봉숭아가 마당가에 꽃그림자로 고우니 욕심없는 사람들이 사는가 보다
때론 산을 넘어서부터 길도 끊기고 강의 물길마져 깊은 계곡에서 숨는다
그 외로운 인적에 소식이 그리웁지 않을까?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그 어떤 기별보다도 반가운 것일까?
내 생각이 산 속에 고립되어 어둔 산숲에 갇혀 외롭다
내가 산이 되어 살아야 하나보다
내일은 파로호를 찾아 산굽이를 돌아 떠날것이다 비 온후 산의 얼굴은 너무 건강하고 싱그럽다 비누거품처럼 산안개가 씻어 준 산의 향기는 은은하다 너무 가까이 있어 산에 기대어 산과 입맞춤을 하고 싶다 이곳에 머물러 저 산자락 어디쯤에서 내가 산이 되고 싶다
2000.7.30일 먼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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