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 2007. 1. 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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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가벼운 홑이불조차  걷어차고
서늘한 창 밑으로 굴러가 자는
딸아이의 이불을 덮어주며


살비듬처럼 떨어져 나간
추운 유년의 기억속에서
삐죽 들어난 종아리와 발이 시려워
자꾸 동강난 이불자락을 끌어 올려 덮는다


세월로 기운 추녀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겨울 밤은
검은 광목과 빨간 이불 동정,
풀먹인 햐얀 이불 홑청속에서 깊어갔다


옹색한 토방에
나란히 모로 누워 자며
포개고 엎어지면서 전해지던 따스한 체온과
마주보던 형제 자매들의 살냄새가 그립다

 

내 어린날엔

끌어안는 체온만으로도
춥고 가난한 긴 겨울도 이겨내고
무겁던 솜이불도 가벼웠는데


지금은 얇은 해피론 이불마져

내게 덮어진 삶의 무게처럼 무거워
가위 눌린듯 잠 못 이룬다


새벽에도 식지않는 보일러 방에서도
저만치 시린 발이 보여
늘어나지도 않는 세월자락을 끌어 당긴다

 

이젠 모두 형제들 一家를 이루어
멀어진 촌수만큼 서먹해진 사이인데
모여살던 살냄새 그립고
잊혀진 체온이 그리워
그 옛날 줄줄이 내려입던
무릎 기워진 내복을 입어보고 싶다

 


2002.12.15일. 추억의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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