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을 건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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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을 건너며 』
밤이면 북풍처럼 몰아치는 기침에 몇 번 잠을 깬다 해마다 찾아오는 기관지염이라 병원을 가려고 칼바람 누그러진 오후 안양천이 흐르는 다릴 건넌다
똑 같은 겨울이지만 묵은 해를 넘은 겨울은 봄이 오는 다릴 건너는 듯 느낌이 다르다 십이월의 겨울은 결빙으로 오고 일월의 겨울은 해빙으로 오는지 다리를 건너는 바람결이 촉촉히 젖어 있다
아직 봄이란 인사를 하기엔 이르지만 얼음 녹은 안양천엔 청둥오리떼들이 봄을 자맥질한다 물질하는 호흡이 힘차다
오고감을 실감할 수 없는 반복되는 날이지만, 그래 새해다 서둘러 언 마음 녹여 흘려 보내고 오늘밤엔 묵은 생각 모두어 힘찬 속기침을 하고 싶다
깊은 횡경막까지 울려 내 안의 소릴 뱉어내리라 바람같은 삶의 헛 기침 잦아지면 늑골을 지나는 길에서 해빙의 물소리 들으리라
2006.1.11일 먼 숲
<사진 : 빛으로 보는 세상의 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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