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숨
목이 잘리면
목숨이 끊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천년이 지난
세월의 산자락에서 만난
목 잘린 좌상은
핏자국마져 씻어내고
묵묵히 푸른 이끼를 키우고 있었다
누구에 의해 잘려진 목은
어느 황천에서 살아
목숨을 비웃듯
유순한 미소 변치 않을텐데
세월만 자꾸 늙어갔다
목없는 돌덩이 앞에서
외로운 바람만 울고 갔다
목이 없어도
영혼은 살아 있는지
얼굴없는 돌부처가
짧은 生을 배회하는
나그네의 뒤꿈치를
슬그머니 잡아 당긴다
심심한지 웃으면서 악수를 청한다
화강암처럼 거친 손이
따뜻하다
2005.8.17일. 먼 숲

<공주 박물관 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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