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가을과 겨울사이
먼 숲
2007. 1. 26. 01:12
생전 처음 신용카드 사용 포인트 점수로 공짜 저녁을 먹었다. 여직 고가품 하나 장만한 거 없는 알량한 살림의 씀씀이에도 보너스가 붙어 저녁 먹을 돈이 적립 되었단다. 아이들은 비스�처럼 바삭 튀겨진 돈가스 정식을 먹고 나와 아내는 눈물나게 매콤한 고추냉이를 풀어 넣은 모밀 정식을 달게 먹었다. 단아한 경양식집에서 공짜로 먹은 탓인지 배부른 마음을 안고 우린 저녁산보를 하며 풍선처럼 부풀은 포만감을 만끽하였다. 해맑은 가을달을 바라보며 둥굴게 마을길을 돌았다. 살면서 종종 이런 보너스의 행복을 맛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詩를 그리워했다. 내 생에서 詩를 사랑하는 것도 보너스일까. 운좋게 보너스같은 원고료라도 있는 글을 쓴다면 오늘처럼 으쓱해진 외식도 하련만 애당초 그런 바램은 없었다. 하여도 내 생의 가을과 겨울사이 한 생의 속울음 노래할 보너스 계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싱거운 생각을 했다. 바라만 보아도 눈물겨운 詩 한 편 있으면 좋겠다는 허허허로운 생각, 배가 부르니 헛기침같은 망념이 터져 나온 저녁이다. 낙엽이 詩처럼 날리는 스산한 계절이 가깝다.
2004.9.5일. 紫雲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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