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길이가 짧아진
초가을 햇볕이
거실을 투명하게 관통해 옵니다
중년의 사내는
열한시의 햇살을 깔고 앉아
냉장고 속에서 늙어버린 애호박을
�게 져며 가지런하게
성근 채반에 널어 놓습니다
좁은 아파트 베란다 화분걸이에
켜 논 호박을 널면서
가슴에 비춰 든 가을 볕을 내다 봅니다
해질녘
널어놓은 호박이 시들어 갑니다
꾸둑꾸둑
켜놓은 세월의 물기가 말라 갑니다
어머님의 손길도 말라 있었습니다
가을 바람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사실은
마음을 오려내어
그렇게 말려보고 싶었습니다
2002.9.8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