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열고
갓 태어난 새싹을 들여다 본다
노오란 떡잎의 날개를 펴고
고개를 쳐 든 연두빛 새싹에서
내겐 흑백사진조차 없는
어린날의 자화상을 그린다
두 손 옹그리고
토실한 가랑이를 펼치고 앉아
반쯤 열린 꽃봉우리같은 입술과
놀란 사슴처럼 동그랗게 뜬
까만 눈의 백일사진을 상상한다
지금은 주름속에 함몰된 세월들이라고
잊었다 생각하고 돌이키지 않지만
아름다운 탄생의 유래를 어느날
어머님 무릎을 배고 들으면서
누구나 새싹이 되고 꽃이 되기도 했겠지
봄엔 지난 역사를 얘기하지 않는다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느라
속속들이 얼 비치는 푸른 실핏줄은
과거가 아닌 시작의 흐름이다
더운 피가 흐르는 동맥이다
물소리가 시작된 샘이다
봄엔 지난 아픔을 기억하지 않는다
산고를 얘기하지 않는 어머니처럼
어둔 자궁속의 고향을 잊은것처럼
봄은 거듭나는 사랑이기에
봄엔 꽃이 피는 순간만을 기억해야 한다
꽃이 웃는 순간도 아주 짧은 바람이다
2004.2.27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