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의 날들

흐린 날의 시작

먼 숲 2013. 6. 16. 04:04

 

 

 
(Of A Tear)

 

 

 

 

 

 

 

 

 

 

 

 

 

 

아직도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긍정과 부정의 사이에서

마땅한 이유를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려는

대충이란 미지근한 온도에서 생각을 뭉게버린다

뚜렷하게 예스와 노를 말하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대답들로

내 안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젖어드는 감정들을 거부하지 못한다

많은 세월을 벼르면서 살아왔는데 칼날은 더 무디어지고

이젠 자존심마져 잘라 낼 서슬퍼런 고집도 시들어간다

돌아보면 내 삶이 지금의 모양새로 살아온 건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언제나 마음속으로 정한 길을 접어둔 채 외돌고 겉돌았다

벌써 유월이 보름을 넘고 하지夏至가 가깝다

태양의 기울기도 각도를 낮추고 올 한해도 조금씩 저물어갈 것이다

적도를 향해 떠나고픈 열망으로 매말랐던 청춘, 그 사막의 날들이 그립다

이제 점점 그림자만 길어지는 내 뒷모습을 지우고

고갱처럼 낙원을 찾아 꿈의 타히티로 떠날 순 없을까

유월이 길어질수록 뜨거운 지열에 지친 식물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망초가 여름들판을 성스럽게 장식한다

곧 장마가 시작되리라

흐린 날의 시작앞에서 눅눅해지기 전에 마음 단도리를 한다

마음의 우산 하나 준비해야겠다

 

 

 

2013년 6월 17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