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의 날들

유 월 / 오 세 영

먼 숲 2013. 6. 3. 16:22

 

 

 

 

 

 

 

 

 

 

 

 

 

 

 

 

 

 

유   월

 

 

오  세  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