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새
누구든 가슴을 찢고 울어 보았다면 제 작은 가슴 찢고 우는 아픔을 새가슴이라 놀리지 않을 것이다
참새처럼 재잘거린다고 하는데 누군가 그리워 혼자 울어 보았다면
말은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을 때 사는 일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쩌억 쩍 쩍 쩍 제 가슴이 너무 작아 가슴을 찢어 우는소리 아무리 많아도 들어주지 않는데
그래도 누군가 그 맘 알아줄까 몰라 이름이라도 그렇게 지었을 것이다
참새는 참 새다

이 시를 썼던 시인이자 느즈막하게 만난 인연의 벗이
이 푸르른 오월, 새처럼 산속으로 깃을 접었다
" 쪼음에서 시작된 끊임없는 담금질을 하는 구도자의 구문(口吻)이다"
늘 묵언을 하듯 묵묵하던 그는
그의 시"부리"의 싯귀처럼
오랫동안 아픈 부리를 담금질 하며 안으로 안으로
그는 구도를 향한 울음을 삼키고 있었는지 모른다
얼마 전 出家의 소식을 접하고도
우린 마치 예견했던 일처럼 놀라지 않고
그가 떠난 자리에서 축복을 빌며
마음의 합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새삼 오래된 그의 시를 찾아 읽으며
이제 퇴화된 폐허의 부리마져 자르고
혜량할 수 없는 그림자를 남기고 떠난 그를 잠시 추억했다
이제 그 추억마져 떠나 보냄이
그의 방랑길을 가볍게 할 것이다
인연은 바람과 같으니 그 스침이 무겁다 할 수 없고
나 또한 어느날 모든 것에서 떠날 일이니
애써 미련 둘 일도 아니다
다만 이 짧은 속세의 인연에서 봄꽃처럼 수줍게 피어
한 여름 자귀나무 꽃 그늘에서
한 때 어울려 호접몽을 꾸었으니
이 어찌 귀한 인연이 아닐까
다시 삭풍의 세월 지나 어느 암자에서
구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인연이라면
삼배를 하며 기쁨의 예를 올릴 것이다
참 새가 되어 산중으로 날아간 옛 벗에게
오늘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손을 흔든다
2013년 5월 3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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