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樂으로 말하다

봄이 오기 전

먼 숲 2013. 2. 28. 13:52

 

 

 

 

 

 

 

 

 

 

 

 

 

 

 

 

봄이 오기 전

 

                                                   김  두  일

 

 


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겠습니다.
더딘 열차에서 노곤한 다리,
두드리는 남루한 사람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지도에도 없는 간이역 풍경들과 눈인사를 나누겠습니다.

급행열차는 먼저 보내도 좋겠습니다.
종착역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운영이 피고 진 넓은 들을 만날 수 있다면.
들이 끝나기 전, 맨발로 흙을 밟아 보겠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천천히, 흙내음에 한참을 젖겠습니다.
쉬엄쉬엄 걷는 길, 그 끝 어디쯤에 주저앉아
혼자 피어있는 동백이며 눈꽃이며
키 작은 민들레의 겨울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봄이 깊기를 기다리라고 이르기도 하겠습니다.
기차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열고
해지는 들에서 노을 한 개비를 말아 피우겠습니다.

이제껏 놓지 못한 시간을 방생하겠습니다.
봄이 오기 전,
완행열차를 타고 남으로 가겠습니다.
남녘 어디라도 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