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십일월의 숲
먼 숲
2012. 11. 23. 11:06
<사진 제공 우두망찰님>
이젠 짓물렀던 그리움들 곰삭혀져 길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나를 감싸던 거추장스럽던 감상의 껍데기 모두 벗어두고 빈 몸으로 떠나려 합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비로소 당도한 숲 당신의 가벼이 빛나는 쇄골은 깃을 펴고 비상을 준비합니다 골골이 품어 잉태한 푸르렀던 사랑 빈 둥지만 남기고 떠난 적막한 숲 눈부신 백골의 성역처럼 고적해 바람의 메아리 허공으로 울고 산그늘 따라 떠난 조락의 오솔길 멀고 먼 탯줄처럼 외롭습니다 무성했던 그리움 모두 떨군 십일월의 숲엔 아름다운 침묵으로 충만합니다 떠난 뒤엔 남는 모든 뒷모습은 야위고 추워지는 그늘입니다 십일월의 창백한 양광이 마지막 잎새처럼 떨고 있습니다
2012년 11월 26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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