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철지난 해변

먼 숲 2012. 9. 13. 16:14

 

 

 

 



 

 

 

 

 

 

 

 

 

어쩌면 가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바다를 향한 별장의 덧문이 닫히고

모래사장에 낙엽처럼 휩쓸리던 발자욱이

늦은 태풍에 자취도 없이 지워져 간 그 해변가로부터

가을은 한밤중의 밀물처럼 내게로 왔는지 모른다

철지난 해안을 걷는 것은 먼 타국의 가을처럼 쓸쓸하다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오롯이 남는 가을의 鋪道처럼

철지난 바닷가 백사장에 내 발자욱이 선명하다

이젠 돌아볼 것도 없어

망망한 바다만 내다보는 시간의 언덕에 서 있다

모두 떠난 자리에 홀로 돌아와 가을을 맞이하는 시간

먼 수평선으로부터 자분자분 밀려오는 은파는

기억의 편린처럼 가물가물하다

철지난 계절에 남겨진다는 건 얼마나 외로운가

가끔 우린 그렇게 홀로 남겨진 외톨이처럼 쓸쓸해진다

빈 파라솔 의자에 가을볕이 비스듬히 걸터 앉아 있다

간헐적인 해조음이 더 쓸쓸하다

 

 

 

2012년 9월 14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