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소 나 기

먼 숲 2012. 8. 14. 18:56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청개구리처럼 토란잎 우산을 쓰고 뛰었다

하늘이 갈라지는 무시무시한 천둥번개를 피해 이불속에 머릴 파묻고

빨리 밭에 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칠흙같은 어둠과 공포도 잠시, 처마에 낙숫물 소리가 정겹다

앞 산 가득 비안개 걷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무지개가 떳다

무지개 사이로 새가 날고 잠자리떼가 날고 있다

입을 다물었던 여름꽃들이 활짝 웃었다

소나기는 금새 깨어나는 여름날의 꿈이였다

 

아직도 가끔 꿈을 꾸듯 동화같은 소나기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지금은 비를 피하지 못하는 폭우속에서 고스란히 젖는다

더이상 무지개가 뜨지 않는 사막에 산다

 

 

 

2012년 8월 15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