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비 오는 날의 독백

먼 숲 2012. 7. 20. 14:55

 

 

와 어울리는 음악

 

 

 

 

 

 

 

 

 

 

 

빗물에 지워지듯

고인 생각들이 풀어져 흘러간다

숲이 갈매빛으로 깊어질수록 말을 잃어가고

이젠 더이상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젖은 눈으로 뒤돌아 보지 않으련다

 

숲이 되지 못한 서성거림이

못내 뙤약볕에 발가벗겨진 채

오갈진 혀를 더듬거려 토막난 말을 삼킨다

벙어리같이 가문 날들도 외면하다 보면

곧 지루한 우기가 올 것이다

 

발이 젖는 빗길을 건너며 잊으련다

얼룩진 발자욱이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면

그 얼마나 신선한 발걸음인가

머릿속에 고인 생각을 지우고

무성한 나무처럼 흠뻑 비에 젖는다면

그 얼마나 흥건한 기쁨인가

 

사막처럼 건조한 마음으로

아침마다 숲을 바라보는 슬픔을 버리고 싶다

마음에서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폐함으로

여름산을 지나치노라면 슬프다

우울처럼 비가 내려

지친 회색의 거릴 적신다

 

우산없이 숲에 들어

나뭇잎에 젖는 빗소릴 들으며

마른 가슴을 적시고 싶다

그리운 사람 하나 없이

빗길을 건너는 사내의 등이

어두워지는 저녁처럼 비에 젖는다

 

가려지지 않는 쓸쓸함이 비에 젖고

누군가 마주 건너는 길가에서

우연은 비껴가며 빗물에 지워진다

모두들 우산으로 우울을 가리고

부침(浮沈) 하는 침묵으로

내 안의 세상을 건넌다

 

 

2007.6.7 일.    먼    숲

 

 

 

 

 

 

 

 

■ 옛 글을 서성거리며 다시 보다가 이 글을 옮겨왔다

5년이란 시차인데 지금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는 게 늘 그렇게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결과인지

아니면 내 삶이 그리 행복한 게 아닌지

그간 허송세월을 보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변화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2012년 7월 23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