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사막을 그리워하다
먼 숲
2012. 6. 9. 18:02
봄가뭄이 길어져 유월까지 이어졌다 적도를 지나는 태양이 아직 습한 비바람을 몰고 오지 않는다 먼지 나는 유월 가뭄을 지나면서 오후가 되면 아득한 사막이 그리워진다 어쩌면 오래 전 진행된 내 마음의 사막화가 고비사막처럼 넓어져 가끔 모래바람이 인다 홀로 낙타를 타고 지평선을 보러가고 싶다 그곳은 오아시스가 없는 사막이지만 칠흙같은 밤이면 별이 뜨고 초승달이 뜬다 미루나무 방풍림이 있는 마을을 찾아 떠나는 길에 허물어진 토성들이 사구들 지날적마다 백골처럼 흐트러진 잔해를 드러내고 있다 날마다 발자욱을 지우는 모래바람으로 언제나 사막은 황무지이고 신천지다 별이 뜨고 달이 뜨는 밤의 사막은 고요다 고요속의 고요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空의 상태다 시작도 없는 空의 순간이 사막을 정지된 구도를 이루게 한다 그렇게 종종 시작과 끝을 모르는 사막의 허방 세계에 머무는 꿈을 꾼다 언제 비가 올 지 모르지만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이미 사막이 되어 있어 비가 와도 그 뿐 먼지나는 생각들이 모래바람속에 묻혀갈 뿐이다
2012년 6월 11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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