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풀밭에서
신록이 갈매빛으로 짙어질수록 오월의 꽃들은 흰구름처럼 하얗게 만개한다 꽃의 수정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꿀벌을 유혹하려는 자연의 생태계에서 초록에 대비되는 흰꽃의 눈부심은 모두가 살아가는 지혜이고 섭리이리라 잠시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온 산과 들이 초록이고 동산엔 아카시아꽃이 서설처럼 하얗다 사방으로 아카시아 꽃 향기 날리고 버찌가 익어가는 초하의 절기가 가까와 오면 먼 산엔 뻐꾸기가 울고 논배미마다 모내기가 시작되고 산바람에 송화꽃가루가 묻어 있었다 이렇게 싱그러운 오월의 바람을 따라 들길을 걸으면 둑길엔 토끼풀꽃이 하얗게 피었다 한 주만에 잠깐 천변을 나서니 초록이 깊어져 물빛이 파랗고 둔치 풀밭엔 토끼풀꽃이 지천이다 바람결에 전해지는 풀꽃향기가 그윽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풀밭에 앉아 본다 서늘한 풀섶의 촉감이 싱그럽고 그 향기가 찔레꽃처럼 정겨워 옛 추억의 꽃자리 같다 토끼풀꽃도 그러하지만 하얀 찔레꽃, 조팝나무나 이팝나무꽃 향기는 은은하게 달콤하다 그렇게 하얀 오월의 꽃들은 어머니의 옥양목 치마처럼 깨끗하고 정겹고 달큰한 젖냄새같다 훈풍에 전해오는 꽃 향기속에 아련한 고향의 향수가 뭉클하게 번져 오고 작고 탐스런 토끼풀꽃을 보니 꽃반지나 꽃목걸이를 만들며 놀던 유년의 기억이 새롭다 들판을 쏘다니며 놀던 여자아이들은 풀밭에 앉아 꽃줄기가 긴 토끼풀꽃을 따서 오월의 신부처럼 희고 둥근 꽃화환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새색시처럼 놀기도 했다 그리도 향기롭고 소박하던 소녀들은 지금 어디서 잃어버린 세월을 돌아보고 있을까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우리들은 마음의 옛 고향에서 아주 멀리 떠나왔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 푸른 계절에 은은한 들꽃 향기에 취해 홀로 아카시아향기 바람에 날리는 언덕에서 메기의 추억을 불러본다 꿈 꾸는 희망을 찾아 네잎크로바를 찾던 풀밭에서 잊혀져 가는 추억을 찾는 오월 계절은 푸르고 향기로워 풀밭에 깍지를 끼고 누워 흰구름을 올려다 본다 아! 사랑했던 푸른 날들이여! 저 흰꽃 향기처럼 달콤하구나!
2012년 5월 18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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