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봄은 오고
<동양화가 신현대의 또 다시 봄은 오고>
푸른 버드나무같은 청춘시절 혼자 울컥이며 잘 부르던 노래가 채동선의 가곡 "망향"이다 진달래가 산자락을 붉게 휘돌아 피는 사월이면 나는 홀로 산골짝 다랭이 논에 있었다 겨울을 나느라 허물어진 겹겹이 열두배미가 넘는 다랭이논의 논두렁을 고치고 다듬느라 오리나무 물오르는 사월의 기름진 하루를 찬물속에서 삽질을 하며 잠시 허릴 쉬는 때마다 붉게 사태진 산 언덕의 진달래꽃밭을 시름진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창공을 향해 날아야 할 새가 날개를 꺾인 채 제 길을 가지 못하고 꽃 피는 봄날 주저앉아 논두렁에 고갤 박고 종일 땀흘리는 노동은 몸보다 마음이 피를 토하듯 피폐해졌었다 그 사월의 봄은 왜 그리 화창하고 눈부신지 내 마음은 더욱 어둡게 문을 닫곤 했다 그 시절 뻐꾸기처럼 혼자 산길을 거닐며 마음을 달래느라 부르는 노래가 망향이였다 젊음은 날고 싶은 푸른 꿈이 있는 반면 절망처럼 그에 따른 아린 통증도 뒤따르는지라 스스로 이겨내며 일어서야 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힘겨운 시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사월이 되면 쟁기로 논을 갈아 겨울내내 잠자던 땅을 깨우고 서넛이 가래질을 하며 모내기 전에 논물을 가두려고 논두렁을 다지고 만드는 일이 농사의 시작이였다 간간히 못자리에 물을 대어 비닐속의 온도를 조절하며 한가함을 즐기는 오후의 연못가엔 늦은 산벚꽃이 하얗게 구름처럼 피어나고 정막하게 산꿩이 울며 짝을 찾곤 했다 논둑의 쑥향내가 코끝을 자극하는 봄날 나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그리움에 눈시울 적시며 홀로 답답함을 달래려 노래를 부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며 떠가는 구름에 마음을 실었다 그 붉은 진달래빛으로 물든 아픈 추억들이 아직도 가슴 시린데 또 다시 봄은 오곤 한다 잃어버린 게 많은 것 같은데 지금 세월이 흘러 가진 것 또한 내가 잃어버린 추억뿐이다 내가 잃어버린 거, 내가 그리워하는 게,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고 추억이다 올 봄도 진달래는 속절없이 온 산을 붉게 타오르는 데 나는 고향이 그리워 사월의 언덕에서 망향가를 부른다 고향은 잃어버린 내 청춘이다
2012년 4월 16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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