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노스텔지어

이월의 노래

먼 숲 2012. 2. 3. 15:01

 

 

 

 


 

 

 

 

 

봄꿈을 꾸며  /  김 종 해

 

만약에 말이지요,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 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이월이요.한밤 두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 피는 봄이 코 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산수유,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2월은 기수(旗手) 뒤에 서 있는 키 작은 사람같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하고 얼굴의 윤곽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2월은 보이지 않는 신비다.
죽은 듯 잠자코 있지만, 생명을 탄생시키고

환희로 물결치게 할 힘을 비축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웅크린 힘의 긴장과 맥박을 좋아한다. 
집중력을 불어넣어 생명의 불길로 언 땅을 녹이고,
천지에 다가올 봄길을 필사의 힘으로 열어젖히고 있다.
예비하고 잉태하는 달이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지만,

항상 기도 속에 깨어 있다.
2월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허함과 인내 속에
오늘의 성실로 내일을 여는 슬기를 지니고 있다.

           - 수필가 정목일님의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