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이 한장의 사진

먼 숲 2011. 12. 20. 13:05

 

 

 

 

그리운 우리학교, 그리운 내 동무, 그리운 우리 선생님!

 

 

 

 

 

 

며칠 전 생전 처음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 해마다 동창회를 한다는 소식이 오고 참석은 하지 않아도 궁금하긴 하여 대충 소식을 묻곤한다.

들리는 얘기론 늘 나오는 사람이 정해져 있을만큼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리 호응도 없지만 엉뚱하게 5,6학년때 서울로 전학같던 애들이 내려와

우리학교 졸업생이 되어 회장에 임원진까지 도맡아 활동을하고 있다고 한다.

막상 우리학교 졸업생들은 크게 호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 애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고향친구고 모두 아는사이다.

그런데도 마치 마음속에선 텃세처럼 시샘이 남았는지 주인없는 집에 객이 와서 주인행세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부러움이 왜 없지 않았을까, 그 때는 서을로 전학하여 떠난 그 애들이 날개를 달고 날아간 것처럼 부러웠었다

내가 그 옛날 국민학교 다닐때엔 6학년부턴가 서울로 시험을 치뤄 진학을 하던 길이 막히고 소위 뺑뺑이를 돌려 중학교를 가는 제도로 바뀌어

좀 공부를 하고 집안이 넉넉하면 일찍 가까운 서울학교로 전학을 가서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하거나 검정고시를 봐서 서울로 빠져 나가곤 했다.

그렇게 한 반에 서너명씩 아이들이 빠져 나가서 서울사람이 되기도 했지만 그 뿌리가 가까운 고향에 있고 가끔 친구로서 지역에서 만나다 보니

나이들어서부터 그들의 이적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며 친구야 반갑다 하며 동창으로서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어릴적의 향수와 친구들을 잊을 수 없어 돌아온 그들을 아무도 거부하지 않고 똑같이 동창생으로 맞이해서

먼 지방처럼 왕성한 동창회는 아니지만 겨우 명맥을 이어가곤 한다.

 

 

그래도 예전엔 작은 소읍이고 지역에선 제법 빵빵하던 학교인데도 동창회가 미미한건

진학때마다 분산되는 그런 연유도 있었겠지만 일부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은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동창회가  겹치기가 되어

지역을 멀리 떠난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근처에 터를 잡고 살다보니 연락이 닿는 사람은 모두 경조사에서 얼글을 보고 안부를 물으며

친목을 다지고 있어선지 지방처럼 동창회가 활성화 되지 않고  굳이 동창회 모임을 중하게 생각치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부분 남자들은 근황도 알고 드물게나마 보고 사는데 여자 동창들이야 동창회에서나 볼 수 있지 따로 볼 기회가 적다.

설사 바깥에서 마주친다한들 40년 넘은 세월에 그 모습을 알지 못하고 지나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먼 세월의 강을 건넌 것이다.

어쩌다 지나치다 보는 학교는 도시처럼 빌딩숲에 파묻혀 옛날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추억할만한 구석이 남아있지 않을만큼 변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시절은 워낙 가난했을 때라 아픔도 많고 지금사 구질구질하게 옛날을 들먹이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속내도 있었는데

올 가을 친한 친구가 카페개설을 부탁해 거절치 못하고 카페 개설을 하고 운영을 해 주다 보니 년말 송년회에 참석치 않을 수 없었다.

여섯반이던 그때 인원에서 지금은  한 반 인원도 참석치 못했지만 몇몇 여학생말고는 가끔은 한 두번 경조사로 만나던 친구들이다

하여 동창회가  별반 새롭진 않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만나는 듯하니 더없이 반갑고 기쁘다.

 

 

그런데 카페에 올려진 이 한 장의 흑백사진을 만나는 순간, 감회가 새롭고 눈물이 돌만큼 반갑다.

구겨지고 빛 바랜 사진속에 서 있는 아이들, 그래 저 아이들속에 나도 있었고 저 이층학교에서 공부했고 그 아래 운동장에서 뛰어 놀았지.

그 때 그 선생님들은 살아계실까? . 온갖 추억이 주마들처럼 스친다. 거의 서너학년은 동네 형 누나들의 교과서를 받아서 공부를 하고

육성회비조차 버거웠던 시절이라서 그 당시 졸업앨범도 없었고  한 장의 졸업사진으로 대신했는데

나는 그 사진조차 신청하지 못해 아직까지 졸업사진속의 내 모습을 알 수가 없다.

그 당시 나는 육학년 육반이니 저 사진속엔 없지만 저 빛바렌 사진속의 대부분의 친구들을 기억한다.

저 꽃같던 시간이 엊그제 같았는데 청춘도 아니고 이젠 늘그막하게 저문 나이라니!.

도대체 저 사진속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희미한 사진속의 윤곽만큼 우리의 세월은 뭉개지고 빛바래어 이젠 추억마져 희미해져 간다.

금방 저 사진속의 아이들이 뛰어나와 넓다란 운동장에서 신세기 체조를 하고 구슬치기에 다방구를 하고

신나게 이어달리기를 하며 공을 차며 텅 빈 세월의 운동장에서 시끄럽게 뛰어 놀 것 같은 느낌이다.

책가방을 책상 가운데 놓고 엎드려 일제고사를 보고 난로 위엔 놓여진 도시락을 뒤집느라 난리 법석을 떨기도 하고

연필 따먹기를 하다 별명을 부르고 놀리고 싸우기도 하면서 교실을 종종거리며 뛰어다닐 것이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 아름답고 즐겁던 시절이 무척 그리운 것이다. 저믈어 가는 이 나이에 떠 올리는 유년시절,

아직 아물지 않아 아프기도 하고 그리워, 행복했던 그 시절의 상채기에 문득 빨간약이라도 바르고 싶다.

공연히 가슴이 시려와서, 자꾸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에 노을지는 운동장을 바라본다

 

 

2011년 12월 20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