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듣는 메아리

정차식 / 용 서 (forgiveness)

먼 숲 2011. 12. 6. 13:56

 

 

 

 

 

 

 

정차식의 앨범 『 황망한 사내 』

 

 

 

 

 

 

 

개성이 강한 보컬리스트 정차식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곡에 다채로운 취향과 음악의 유머를 반영하며 자신의 색을 칠해왔다. 이렇게 하나의 화폭을 그려갈 때 가장 중요한 채색 혹은 붓질이 되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그의 '귀신같은' 노래이다. 이미 레이니 선 시절에 '안개문'처럼 처연한 팝송을 부른 바 있는 정차식에 의하여 '촛불'은 평범한 그림자가 아니라 우울하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그리고, '습관적 회의' 역시 기묘한 왈츠송이 되며, 화가 이중섭을 단초로 했다는 '마중'은 오로지 건반과 현의 울림 그리고 음성만으로 숭고미를 자아냄으로써 정차식이 좋아하는 것 같은 시인과 촌장의 곁에 그를 세워놓는다. 그렇다고 그가 '장밋빛 인생'을 산 '참새(피아프)'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그의 곁엔 이브 몽땅도 없고, 장 콕토도 없다. 하지만 전에 썼던 다른 누구에 대한 말처럼 적막한 오착륙지의 망명객이 되어 쓸쓸함에 대한 힘차고 흥미로운 기록을 남겼다.

 

정차식의 앨범 황망한 사내는  그가 왜 근사한 보컬리스트인지를 보다 잘 알려주는 물건이다. 그는, 한국에서만큼은, 음색과 창법에서 비교대상을 찾기 힘든 보컬리스트이다. 그는 맨발인 채로 두 다리를 의자다리처럼 벌리고 서서 노래하고, 마초 같은 카리스마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양과 특이하다 못해 괴상하기까지 한 보컬은 섬세한 감성과 숨겨진 연약함의 표현으로 보였다. 과도한 증오는 애정의 은폐 수단이듯이 말이다. 그의 노래는 댄스의 리듬을 가진 곡을 매번 우울하게 만들어버리며, 평범한 스토리와 예쁜 멜로디마저 종종 외설적인 동화와 같은 퇴폐미로 연결시켜버린다. 퓨전트로트라 할 '내게 오라'와 언어와 리듬이 유머러스하게 조합된 '오해요'의 댄스는 '머리춤'을 지나 스페니시 무드의 '음탕한 계집'과 '유령', 그리고 신스팝 뉘앙스로 비판의식과 유머감각이 동승한 '구원하소서'까지 내내 우울한 독창과 독무로 이어진다.

 

겹을 치는 인간을 관찰하는 주된 방법은 '낯설게 하기'와 '익숙하게 하기'이다. 이 상반되는 기법들은 '조각내기'라는 수단만큼은 유사하다. 정차식에게 조각내기는 즉흥표현으로 달성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침에 갇혀 나온 하얀 담배연기처럼 황망하게 아름답고, 가장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대로변에 버려진 변기의 외출처럼 황망하게 쓸쓸하다. 하지만 '괴물'과 '그 사내'의 독백과 침잠은 버스좌석에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리로 신경전을 벌이는 남자나 취한 척하는 기술을 터득한 여자 모두에게서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다. 이기선의 시 「맘모스」는 "성에가 낀 창문은 자기 몸에 난 상처의 크기만큼 바깥 풍경을 보여 준다"고 말하고 「내가 떠나온 별에 관한 기억」은 "별을 보여 주고 싶으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고 했다. 정차식은 어두워짐으로써, 솔직함으로써 공감을 불러내는 것이다. 

 

 

<다음 뮤직 나도원의 리뷰에서 발췌함>

 

 

 

 

 


그 사내 황망하오
남들은 그저 쉽게 잊고말 수 없는 일들을
난 아직 기억하오
그 사내 황망하오
그저 지는 석양 끝에 우두커니 앉아
밤새 술주정하는 그 사내

또 웃고 또 슬프고 또 바라고 또 잠들고 나면
씻은 듯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 고백해보오

다 지난 노래를 다 지난 변명을
다 지난 취기를 다 지난 몸들을
기억하며 그렇게 붉어져 가오

다 지난 바람이어라

 

- 정차식의 노래 그 사내 가사 -

 

 

■ 늦은 귀가길에서 자정이 넘으면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다 TV를 켜니 공감이란 음악프로를 하고 있다

어쩌다 보는 프로이긴 하나 일부러 보진 않았는데 맨발로 마치 취한듯 몽롱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쓸쓸한 사내의 노래가 한밤중 황망하게 한다. 저런 노래도 있었나?.

아니 저런 가수도 있었나 하면서도 그가 참 매력적이다

쓸쓸한 술주정같기도 하고 외로운 독백같기도 한 그의 노래는 분명 차별되어진 특별한 느낌이고 음유적이다.

단순한 멜로디와 느러진 보컬은 음산하기까지하면서도 자유롭다.

슬프고 찌질해보이고 우울해지기 쉬운 이런 노래를 부르는 걸 용기라 생각한다는 그의 말

자극적이고 쾌락적이고 가볍고 경망한 요즘 노래의 흐름속에서 그의 말대로 그의 노래는 용기일 수 있다

어쩌면 , 세상살이도 자기식대로, 자기 색깔대로 사는 것, 그것도 용기일 것이다.

스산힌 바람이 부는 십이월, 나 역시 황망한 사내가 되어 바람부는 세월 끝에 우두커니 서 있다.

 

 

2011년 12월 6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