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먼 숲 2011. 11. 21. 13:12

 

 

 

 

 

 

 

 

 

To traino feygei stis oho(기차는 8시에 떠나네) 
 그대가 도착하지 않아도 혼자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상심한 사랑 8시에 떠나네 
야간열차를 타고 강원도의 산모롱이를 돌다보면
희미한 전등 하나 산그늘처럼 점멸 할 때
그곳이 마음 속 카테리니가 아닐까 하는 그런 기적소리 같은 생각을 하네
기차가 나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가네
떠나기만 하는 기차가 가슴속에 또 다시 큰길을 내네
간혹, 저항이 저항하고 투쟁이 투쟁하는 장면,.......
그립게도, 비밀을 간직한 옛사랑의 애잔한 목소리,.......
아련히,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윤종영-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중에서" 
 

 

 
한 때 젊은 시절은 역마살처럼 많은 객지를 떠돌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청춘이라 신세계를 꿈꾸며 먼 신천지를 찾아 방황하다
맥없이 한 시절이 토막난것처럼  꿈꾸던 신기루는 무너지고
 나는 한박자 늦게 세월의 수레바퀴에 편승하며 반복되는 출발을 해야했다
세상을 사는 이치는 옛말과 다름이 없어 첫 단추를 잘못꿰면
계속 어긋나는 순서로 인해 삐에로처럼 우스꽝스런 모습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경로든 살아가는 길은 거기서 거기, 후회는 헛된 것
늦은 출발이든, 이른 출발이든간에 이젠 더이상 환승할 수 없이
나는 보이지않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다난했던 올 한해도 저물기 시작한다
벌써 초겨울로 들어 추운 아침 출근길이 옹색하고 버겁다
바라보는 산과 들판이 휭하니 허허롭기만 하다
또 다시 이별해야 하는 이 계절, 
항상 설레임과 그리움을 안고 떠나던 기차역에 서서 
혁명을 위해 떠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쓸쓸한 십일월의 간이역에서 이 노래를 듣는다
 
무서리가 하얗게 녹슨 철로 위에 내린 11월의 기차역 
가끔 역무원의 수신호를 따라 종착지도 모를 열차가 지나고
어둠의 그림자 역마당을 점령하는 저녁,
나도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빈 개찰구를 바라보며 노래를 듣는다
주마등처럼 세월은 스쳐가고 
한 번 떠난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데..... 
 
 
 
2011년 11월 21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