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늙은 꽃 / 문 정 희

먼 숲 2011. 11. 3. 13:40

 

 

   

 

 

 

 

 

 

 

 

 

 

 

 

 

  늙은 꽃


                               -  문 정 희  -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세자리아 에보라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문정희 시인의  이 시가 생각났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

.

이 말이 가슴에 멍울처럼 맺히는 늦가을이다

이 가을 다시 나를 볼아보게 한다

나를 피우기 위해 내가 가진 색깔을 다 소진시켰는지?

하여 미미한 향기라도 남아 있는지

아직도 어리석은 분별속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묻는다

 

- 사람도 자연도 늙은 꽃의 향기가 나즉히 우러나는 십일월입니다 -

 

 

 

2011년 11월 3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