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퇴폐적인 슬픔으로 거리에 나서다

먼 숲 2011. 10. 25. 12:43

 

 

 

 

 

 

 

 

 

 

 

 

 

 

 

 

이 가을, 거리를 배회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쓸쓸한지를

비에 젖은 낙엽길을 헤매어 본 사람은 안다

젖은 마음에 추적추적 쌓이는 이유없는 슬픔을 나도 알 수 없지만

찬바람에 휘몰려 골목 구석에 쌓인 낙엽들은 그 슬픔을 안다

가을엔 도처에 쓸쓸함과 우수로 젖어 있다

빛이 차단된 사무실안에 있어도 마음은 거리를 헤매고 휭한 벌판이다

잊어버리고 살던 것, 시선을 거두고 살던 버려진 마음결이

텅 비어가는 여백의 공간에서 그림자처럼 홀로 서 있다

애써 무리속에서 참고 견디며 보통사람으로 살던 마음이

이 가을엔 퇴폐적이고 병적인 그리움이나 슬픔을 가진 보헤미안이 되어

퇴색되어가는 회색의 계절속으로 침잠하고 싶어진다

선병질적인 기질의  외로움마져 품안에 보듬고 싶어지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때론 퇴폐적인 서글픔처럼 물들어 오는 것이다

힘들게 껴안고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것들, 허황한 껍데기들을 벗고

진정 내가 원했던 삶과 꿈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이미 포기하거나 고개숙인 젊은날의 열정을 들춰보고 싶은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이란 궤도에 적응키 위해 생각과는 다르게

변형되거나 버려야 했던 삶의 편린들이 가끔은 아프게 그리운 것이다

 

이 가을, 최근 알게 되어 자주 가는 블로그에 실린

파리 몽마르뜨 인상주의 예술가의 삶과 낭만을 자주 접하고 있다

그 중 최근에 알게 된 여류화가 수잔 부르동의 굴곡진 예술 인생을 읽으며

그저 평범한 내 삶을 반추하게 한다

시대적 많은 통념과 제약을 뛰어넘어 몽마르뜨의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과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해 사회의 질시와 모성까지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의 그림과 삶을 위해 열정과 사랑을 다했던 불꽃같은 여인 수잔 부르동

퇴폐적일 수 있는 그녀의 사랑과 굴곡진 삶의 여정이 내 가슴속에서 불타는 것은 왜일까

가을인 것이다

마지막 자신을 붉게 태우며 사라지는 낙엽의 계절이다

그냥 그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나도 그들처럼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그저 마음뿐일지라도 마로니에 낙엽지는 거리에서

낭만과 사랑을 앓는 가난한 에뜨랑제가 되어 서성이고 싶다

이 가을 찬바람처럼 찾아오는 우울과 우수

어쩌면 그런 감정은 사치일지라도 조금이나마 순수해지고픈 내밀한 외로움일거다

밖을 나서면 황금빛 은행나무 가로수가 눈부시다

그대여! 지금 어느 쓸쓸한 까페에서 낙엽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가

 

 

 

 

2011년 10월 29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