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가을빛으로 저물다

먼 숲 2011. 10. 12. 12:14

 

 

 

 

 

 

 

 

 

 

 

-  삼척 준경묘에서  -

 

 

 

 

 

 

육백년 세월의 능묘에 가을그림자 드리운다

어느날 내 생의 오고감도 저리 고요로워지리라

 

고적한 가을빛이 저무는 오후 세시의 산골짜기

몇백년 세월의 바람속에서도 청청한 금강송 앞에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또 무슨 생각이 필요할까

한갓 사람이 미물微物이다

 

때론 삶이 무덤같은 날 있다 해도

내 지금 살아 있어 등뒤에 가을빛 든다면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산그림자가 천천히 빛을 지우고

먼 시공의 창공은 푸르기만 하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소리만 들을 뿐

그저 저무는 빛에 기대어 바라 볼 뿐

 

기우는 어깨위로 내리는 가을빛이 다사롭다

 

 

 

 

2011년 10월 12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