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하다
청 포 도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休
근 한달동안 내린 비로 짓무를 것 같은 여름날이 복중에 들고 벌써 칠월의 반동강을 잘라 먹었다 잠시 비 그치자 습한 폭염이 훅훅 지열로 올라와 주루룩 땀방울이 맺힌다 삼복더위의 시작이다 칠월은 休息의 계절이다 진정한 시원함은 땀흘려 일한 다음에 오는 휴식의 시간일 것이다 이렇게 끈적거리는 여름날이면 그리운 피서법이 있다 단순해지고 단정해지고 정갈해지는 것 먼저 마음을 편하게 비우고 주위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몸을 정갈하게 닦고 반듯하게 있으면 마음속으로 서늘한 산바람이 분다 오래전 내가 자란 옛집은 늙은 참나무 숲 그늘이 앞마당까지 내려오고 녹음속의 매미소리는 청량한 메아리로 들려오곤 했다 사방으로 문을 열고 청결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 마당을 쓸고 시원하게 물을 뿌린 뒤 결 고운 마루바닥에 누우면 오래 된 나무결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에 저절로 잠이 온다 스쳐 지나는 바람속에 한소끔 자고 나면 추녀밑에 그늘이 지고 마당가 화단에 붉은 다알리아가 생글거리며 고개를 든다 더위가 한 풀 꺾인 오후 정갈한 마음으로 詩集이라도 한 권 읽어보자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차가운 샘물 한 그릇 마시고 이육사의 청포도같은 시를 읽어 보는 여백과 휴식 지치고 힘든 누군가를 위해 빳빳하게 풀먹인 까실한 모시수건과 은쟁반 가득 달콤한 여름과일을 준비하는 마음의 여유 아! 그런 넉넉함이야말로 가장 시원한 여름을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2011년 7월 22일 먼 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