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 2011. 5. 4. 15:54

 

 

 

 

 

 

 

 

 

 

 

 

 

 

 

적멸을 위하여  /  조 오 현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내 울음소리  /  조 오 현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저녁나절 아내가 마트에 들른 길에 옆에 있는 정혜사에서 예불이라도 올리고 가자 한다

십여년 전엔 새벽에도 혼자 들러 새벽예불도 올렸었는데 직장을 옮기고

여려가지 사정으로 발길을 끊고 나니 늘 지나치던 법당문이 낯설기만하다

아마도 아내는 큰 애 입시가 다가오자 아침나절 가끔 혼자 들르곤 한 모양이다 

나도 마음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축원한다고 이뤄질까 하는 미안한 마음만 품고서

부처님께 바램하는 게 그냥 염치가 없고  죄스러워 게처럼 슬슬 옆걸음질만 하고 있었다

법당문을 닫으려는 찰나 들어선 우리에게 보살 한 분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십여년 전 아이들 어릴적에 아내와  가까이 지내던 마음 둥근 동년배 보살이다

여전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곳을 지키는 변치않은 모습을 보니 내가 참 궁색해 보인다

 

그동안 힘든 속세를 열심히 살았다 해도 내가 너무 마음길을 놓고 산것은 아닌지 하는 변명이 앞선다

마치 탕아처럼 지 맘대로 편하게 살며 헤매다가 뭔 때가 되면 돌아와 

소원을 빌고 죄를 고백하는 얄팍함을 들킨 것 같아 얼른 법당을 나선다

마음에 두고 사는 게 뭔지도 모른채 항상 얹힌것처럼 체한 마음로 하루를 살긴 하지만 

아직도 부끄런 양심은 살아 있어 마음만은 어리석은 것은 뉘우치며

예수든 부처든  어디에라도 무거운 마음 짐 벗어놓고 가벼워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원 하나는 능력없고 약한 애비인지라 미운짓 한 거 회초리 내가 맞을테니 

올해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는 큰 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턱도 없는 큰 부탁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두 손 모아 빌어 보고 싶다

이럴 때는 나도 어쩔 수 없이 기복신앙에 기대는 속물이 되고 말지만

그런 바램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다 해도 내가 무슨 힘이 있는가 , 그 간절한 마음이 최선이다

오랜만에 찾을 법당에 공양할 것 도 없는 가난한 주변머리라 

부처님 오신 봄  날, 오현 스님의 詩  두 편을 오월 하늘 아래 공양해 본다

오월의 거리엔 영산홍과 철쭉 , 오색 연등꽃이 화려하다

바야흐로 만물이 평화롭고 싱그런 녹음으로 깊어지는 축복의 계절이다

 

 

 

2011년 5월 9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