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음악을 듣는 봄날
|
♣
한낮의 햇살이 나른하도록 밝고 따스하다 해밝은 노란빛과 훈풍으로 눈부시게 화사한 바깥의 온도가 아직도 실내에서 웅크리고 있는 칙칙한 겨울 잔상을 밖으로 불러낸다 며칠새로 벚나무, 복숭아, 살구나무같은 봄꽃들의 꽃망울이 유두처럼 부풀어 올라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아랫녘에는 벌써 꽃나들이로 북적이는 휴일의 풍경이 전해져 온다 이맘때쯤 어쩌다 늦은 출근길에 초등학교나 유치원 옆을 지나치노라면 또 다른 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종종거리는 병아리떼 같은 아이들의 유희나 푸른 새싹처럼 싱그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진곡을 듣는 날이다 경쾌하고 해맑은 그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에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환한 운동장 안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는 맑고 아름다운 봄의 음악소릴를 기억해낸다 그 음악이 모짤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같은 곡 이라면 어울릴 것이다
젊은날에는 모짤트의 음악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였지만 리듬이 너무 밝고 경쾌하여 가볍게 느껴지고 단순한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치기적인 감상인지 모르나 그때는 지식과 삶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풋내기이건만 아무 의미없이 어둡고 무거운 음악과 고뇌로 가득찬 심오하거나 좀은 틀을 벗어난 비뚤어진 이상을 넘겨다 보곤 했다 한창 클래식에 빠져 있던 이십대 청춘의 시절엔 브라암스나 베에토벤은 너무 완벽해서 질렸고 멘델스존이나 쇼팽은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거리를 두었고 모짤트는 단조롭고 반복적으로만 들렸다 자연 무겁고 낭만적인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나 라프마니노프, 슈벨트나 드볼작, 시벨리우스같은 애상적이거나 무거운 멜로디의 침잠속에서 감상적인 내 영혼의 음악소릴 들으려 했었다 내 인생의 꽃같던 시절인 스무살의 청춘은 늘 어둡고 절망적이거나 우울해 혼자 성을 쌓듯 내 안에서 살았다 그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며 기대던 것이 유일한 고전음악이였다 그래도 암울했던 그 때는 홀로 어둠속에서 음악을 벗하며 많은 추억을 쌓고 살았는데 결혼 후엔 뭐 그리 바쁘고 여유가 없는지 음악에서 멀어진지 오래되었다
해마다 봄이면 비발디와 요한스트라우스가 연두빛 봄을 노래하며 제일 먼저 문을 열지만 꽃이 피는 사월이 되면 새소리처럼 맑고 아름다운 모짜르트의 경쾌한 음악을 듣거나 꽃이 피는 향기로운 서정과 꽃이 지는 슬픔을 노래하기 위해 쇼팽의 야상곡을 즐겨 들었다 고전음악에 몰입해 살던 시절에도 위로가 되지 않던 모짤트의 음악이 지금사 좋아지니 늙어가는 가 보다 새삼 요즘들어 모짤트의 음악을 들으면 화창하고 밝은 봄을 만끽하는 것 같다 플루웃과 하프, 두 악기의 맑고 투명한 소리와 빠른 템포가 봄의 새소리처럼 아름답다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 오후, 봄볕 그윽한 들길을 걷거나 커피 한잔 마시며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영롱한 모짤트의 음악을 들으면 한결 가볍고 상쾌해지리라
벚꽃이 흰구름처럼 만개한 거리에 스쿨버스가 멈추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 봄은 그렇게 즐겁고 밝은 소란스러움속에 무르익는다
20011년 4월 5일 먼 숲
■ 모짜르트/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작품 299 (Mozart/Concerto for Flute, Harp and Orchestra in C major k.299)
Mozart, Wolfgang Amadeus (1756-1791 Aust.) The Academy of Ancient Music Flute : Rampal, Jean-Pierre (1927- F) Harp : Laskine, Lily (1893-1988 F) Paillard, Jean-Francois (1928- F)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