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을 기다리다
피어나는 것에 대한 短想
먼 숲
2011. 3. 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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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은 솟아난다고 표현하지만 봄에 솟는 작고 여린 싹은 솟아난다는 말보다는 피어난다고 표현하는 게 더 이쁠 듯 싶다 어디 만화방창한 봄날의 축제에서 꽃만 피어난다고 하겠는가 봄이면 새잎도 피어나고 새싹도 피어나고 작은 꽃도 피어나고 맑고 아름다운 새소리도 피어나고 아이들의 함박웃음도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언덕위의 꽃구름과 대지의 아지랑이도 화사하게 피어난다 사랑스런 모든 생물들이 오무렸던 미소와 꼭 다물었던 속삭임의 말들을 차례차례 알게 모르게 배시시 입을 열며 살풋이 기지개를 펴다가 종래엔 온 몸을 활짝 열고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피어난다는 말은 얼마나 환한 의미의 기쁨인가! 피어난다는 건 순차적이고 순리적인 신비로움의 시간들이다 기다림을 지나 절정을 향한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르는 듯 봄이면 찰나의 시간들이 꽃이 되어 눈부시게 피어난다 이렇게 만물이 소생하며 꽃으로 피어나는 봄, 봄, 봄 나도 소박한 봄꽃 한송이로 피어나고 싶어진다 봄이 오는 행길 가장자리나 낮은 산비탈 양지녘에서 앉은뱅이 노란 민들레도 좋고 향기좋은 냉이꽃으로 피어나 따듯한 봄볕아래서 게으르게 하품이나 하며 나비를 희롱하고 싶다
2011년 3월 2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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