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누구에게나 희망이어야 한다
상상조차 못할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린 집 한 채가 떠밀려 낙엽처럼 태평양을 떠도는 외신기사의 사진이다 아직도 멈추지 않은 여진과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대지진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금 일본의 모습 또한 저 사진 같지 않을까 항상 지진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일본은 列島가 아니라 熱島가 된 것 같다 살다보니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어마어마한 재앙의 뉴스를 자주 접한다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바깥 세상 소식을 모르고 살고 싶게 우리가 사는 세계 곳곳의 지구촌 소식은 전쟁과 자연 재해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언제 우리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우리 삶의 바닥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마그마처럼 흐르고 있다 아무리 이웃나라 일본의 일이라지만 마치 가깝던 이웃마을에서 일어난 재앙처럼 꺼지지 않은 불길이 바람에 밀려 이곳으로 번질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그보다 먼저 항상 마음속에 남은 역사적 앙금때문에 이웃이라도 미움이 앞섰는데 상상할 수 없는 재앙앞에서 견디고 있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살다보면 어떤 경우엔 예상치 못한 공황상태를 맞기도 한다 별안간 닥친 믿기 어려운 절망적 사실앞에 망연해지며 끝없는 체념으로 침몰한다 일어설 힘도 없이 주저앉거나 욕심을 버린 채 오랫동안 멍한 순간속에 있게 된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은 그보다 더한 위태로운 순간일텐데도 모든 국민이 의연하게 질서를 유지하며 닥친 재앙의 상처를 서로 보듬고 있다 오랫동안 거듭된 재앙도 그들의 역사라 할지라도 그렇게 흔들림 없이 하나가 되어 무너진 재해를 다시 헤쳐나가는 힘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그들을 돕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큰 나라가 되었지만 저들의 흔들림없는 저력을 보며 더 성숙해지고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다 지금 바깥은 꽃샘바람이 쌀쌀하지만 해밝은 봄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대지진에 해결책도 없는 방사능 유출까지 겹쳤으니 아무리 이런 대 재앙이 바라건너 일본이라지만 마음속은 어둡고 무겁다 지금 이 어려운 난국을 인간은 또 어떤 지혜로 이겨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늘 겨울 가고 봄이 오듯, 그렇게 상처를 아물리고 새로운 싹을 틔우리라 본다 이 엄청난 재앙을 지켜보며 결코 사람은 거대한 자연앞에 게임이 되지 않음을 안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려는 미약한 사람들에게 봄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1년 3월 16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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