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을 기다리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먼 숲 2011. 3. 10. 09:26 공감수0댓글수0더보기 <노란 옷을 입은 여인 - 이인성.1912~1950> 근대서양화가인 이인성의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이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이란 그림은 처음이다 개나리빛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그림을 보니 문득 문턱에 와있는 봄이 그립다 창가로 드는 양광을 마주하며 고요히 봄을 응시하는 듯한 여인의 브라우스가 나비처럼 나풀댄다 그 시대에 그려진 그림은 그 시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백여년이 가까워 오는 그림은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는 역사가 되어 묘한 향수를 그려낸다 나도 벌써 한 시대를 지나간 사람이 되어가는지 근대화가의 그림속에서 아련한 봄을 추억한다 아지랑이 아른대는 봄길에 그림자 진 긴 댕기머리의 내 누이 단발머리 내 또래의 가시내들의 수런거리던 봄이 아름답다 그렇게 나의 봄은 노란 개나빛이거나 꽃분홍 진달래빛의 복고풍이다 수줍고 소박하던 누이들의 고운 웃음과 이야기가 모여 환한 개나리꽃 울타리를 이루고 담장을 넘는 세상 호기심은 송이송이 하얀 목련으로 피어 바깥을 향해 발돋음 했다 그러나 지금 내게 봄의 추억은 복고라 하기엔 너무 생생한 현실처럼 곱게 자리잡고 있다 그 옛날 산과 들을 쏘다니며 나물캐던 봄처녀들은 지금 어디서 봄을 맞이하고 있을까 봄은 과거가 없는 늘 새로운 현재의 순간처럼 파릇하다 햇살 눈부신 어느 봄날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 홀연히 기차를 타고 떠나볼까? 남쪽 작은 시골 간이역에 내리면 우연처럼 복고풍의 노란 봄처녀를 만날듯 싶다 2011년 3월 11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