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듣다
아내의 겨울여행
먼 숲
2010. 12. 9. 11:54
첫눈이 온 다음날 아내는 여름에 남겨 두었던 휴가를 내어 홀로 머언 기차여행을 떠났다 차창에 기대어 잔설처럼 남은 설경을 보고 그녀는 아득한 설원을 꿈꾸며 행복했는지 다음엔 꼭 가족이랑 같이 가고 싶다고 손전화의 차창에 새발자욱같은 멧세지를 남겼다 고래심줄처럼 질긴 오십견의 통증으로 시달렸던 그녀의 목소리가 오늘은 눈꽃처럼 가볍다
그녀는 낯설은 거리의 찻집에서 오래 전 처녀적의 벗과 마주앉아 만년설처럼 쌓인 삶의 이야길 녹아내리는 첫눈처럼 쏟아내고 있으리라 어쩌면 지금 그녀의 일탈은 잠시 머나면 雪國을 꿈꾸며 돌아오지 않는 세월의 추억속에 갇혀 있으리라 낭만같은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으련만 십이월의 하늘은 청명하다
- 그나저나 곰국이라도 한 솥 끓여놓고 나갔는지 -
2010년 12월 9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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