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듣다

靑太山에 가면

먼 숲 2010. 11. 11. 08:54

 

 

 

 

 

 

 

 

 

 

 

 

 

 

 

곧게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의 직립옆에 서서

이제사 길은 하늘로 통하였음을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키 큰 나무들이 하늘길과 마주하고

그 다음 키 작은 들꽃과 마른 풀들이 꽃자릴 하고

허황히 꽃이 지고 나서야

작은 새들이 노래로 대신했습니다

 

하늘길과 통한다는 골고다의 언덕은

청태산 산줄기를 따라 이어져

흰 옷 입은 자작나무들

순백의 십자가 되어 길을 인도하고

성자의 아픈 발을 위해

낙엽들이 모여 융단길 내어주었습니다

 

산맥의 평평한 등허리 내준 산길엔

사철 푸른 조릿대 숲이 있어

사색의 푸르름을 읽게 하고

꼬불꼬불 신갈나무 숲 지나

헐벗은 오솔길따라 걷다 보면

 

청태산 산마루 아래엔

뱀의 저주를 풀고 하늘길을 오르려는

회색빛 얼룩의 물푸레나무가

스무갈래로 가지를 뻗어 하늘을 마주하고 있지요

 

청태산에 가면 꼭

아담과 이브가 되어

얼룩의 수피가 아름다운

스무가지로 뻗어 오른 물푸레나무를 안아보세요

그 아래

마음속에 또아리 튼

원죄의 허물들 벗어 놓고 오세요

 

 

 

2010년 11월 11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