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듣다

가을 그리움

먼 숲 2010. 10. 14. 13:28

 

 

 

 

 

  

 

 

 

 

 

 

 

 

 

 

가을 그리움은

그 진원지도 모른 채

진화할 수 없는 깊은 골짜기로부터 타올라

내 생의 가난한 산맥을 모두 태워버린다

 

 

하여도 번지는 불길 잡을 수 없어

망연히 타오르는 붉은 산만 바라보며

그저 속타는 바람 잦아지기만을 바랄 뿐

 

 

벌써 내 가슴에도 피빛 맨드라미가 시들고 있다

불꽃을 잡을 수 없으면 어떠랴

내가 그 불길 속에 뛰어들어 활활 타 버릴 수 밖에

아 ! 얼마나 아름다운 분신焚身이랴

 

 

이 가을 지나면 어느날

타버린 하얀 그리움의 백골

雪木처럼 겨울산에 서 있을텐데

 

 

 

2010년 10월 14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