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듣다 경계 너머의 풍경 먼 숲 2010. 9. 28. 12:13 추석 다음날 아내의 친구 부부와 몇년만에 대학로에서 반가운 조우를 했다 그 사이 마로니에 공원 담장길을 끼고 실개천이 흐르고 인공의 개울속엔 볼 수 없었던 송사리가 놀고 있었다 사라져 간 그리운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마치 화폭에 그려진 그림같기만 하다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들고 네 사람이 낙상공원길을 오른다 청명한 가을날 산마루에서 보는 서울 도심 풍경은 앞뜰처럼 가깝다 서울토박이인 세 사람이 재개발된 거리속에서 사라진 풍경을 추억한다 먼 기억속으로 무심한 흰구름만이 하늘 가득 뭉게뭉게 흘러간다 성곽을 경계로 현재와 과거의 풍경들이 마음속의 지도를 만든다 세사람이 성곽 바깥을 내다보며 유년의 회상에 주름진 얼굴 가득 웃음꽃이 핀다 전차가 "땡.땡.땡" 지나가고, 계단진 골목길을 따라 새끼줄에 낀 연탄을 들고 오른다 검은 색 교복을 입은 고교시절은 버스 차장의 "오라이" 소리에 밀려 떠나간다 앞서가는 그녀들의 길옆에 잠시 삼색 코스모스꽃이 하늘거린다 가을엔 낙엽을 노래하듯 지난 추억을 돌아보는 것도 아름다운 듯 싶다 노을이 지는 산길을 내려오며 인생의 쓸쓸함을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인생의 허무를 노래하진 않았다 쓸쓸하다는 것이 아름다운 시간의 그림자라는 걸 이젠 알 듯 싶다 저녁길에 우리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다 2010년 9월 28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