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休息

여름의 끝

먼 숲 2010. 8. 6. 11:49

 

 

 

 

 

 

 

 

 

 

 

 

여름은 층층이 피는 접시꽃 꽃대궁의 마지막 꼭대기

아문 꼭지점 끝에서 시들어 가고

밤이면 환하게 피어나는 달맞이꽃을 따라

총총한 새벽별은 이슬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맨날 피고지는 분꽃의 까만 씨앗속에서 여물어 가며

서둘러 가을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가을 바람은 고추밭 고랑을 지나고  참깨밭 고랑을 지나서

장대처럼 늘어선 옥수수밭에서

윤기나는 옥수수 수염을 쓰다듬다가

빨간 맨드라미가 핀 마당가에서

고추잠자리를 따라 맴도리를 했다

 

그런날은 높은 하늘 가득 새털구름이 떠다니거나

하얀 뭉게구름이 희말라야의 설산처럼 먼 산에 걸쳐 있었다

그렇게 여름의 끝은 높고 가벼웠다

 

 

 

2010년 8뤌 5일    먼    숲

 

 

 

■ 내일이 입추다

아직 대지의 열풍은 식을줄 모르고 열대야로 잠을 설치느라 여름의 끝은 먼 것만 같다

그러나 스쳐가는 바람 한줄기에서도 가을을 감지하려는 마음의 촉수는 이슬 맺힌 풀잎끝처럼 뾰족하다

다시 모르는 사이에 가을은 쉬이 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