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힘 / 반 칠 환
웃음의 힘
- 반 칠 환 -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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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
봄날의 모든 싹눈과 꽃눈과 잎눈은 어둠속에 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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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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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을 먹으며
얼마나 아팠을까? 이 뾰족한 가시가 모두 살 속에 박혀 있었다니
멸치에 대한 예의
멸치를 통째로 먹는 건 모독이다 어찌 체구가 작다고 염을 생략하랴 멸치에 대한 예의를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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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달
얇게 빗썰어 놓은 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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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분이 아닌데 손가락도 열 개 발가락도 열 개 이빨은 젖니 한 벌 영구치 한 벌 참 꼼꼼하신 분인데 가장 소중한 목숨이 하나뿐이라니
■ 넝쿨장미의 월담이 날로 환하게 피어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내 허물어진 담장에도 그처럼 넝쿨장미 흐드러진 웃음 지으며 유월이 오면 좋겠다 길을 지나다 새빨간 넝쿨장미꽃이 꽃담을 이룬 집을 만나면 멈칫 그 집 대문 앞에 서성거려진다 해당화처럼 고운 소녀가 금방 초록색 쪽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다림이 그려져서다
내일이면 유월이다 신록이 무르익은 숲에 아카시아, 산딸나무, 이팝나무같은 흰꽃이 환하다 초록바람으로 싱그러운 녹음 아래서 반칠환 시인의 짧은 미소같은 詩를 읽고 싶다 시의 행간 사이로 살랑살랑 비단결같은 바람이 지나면 시집으로 차양을 치고 初夏의 단잠에 빠지고 싶다 그리고 잠시 莊子의 꿈을 꾸고 싶다
2010년 5월 31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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