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노래
(사진 김선규 기자의 빛으로 그린 갤러리에서)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탈이 났다
누적된 피로가 결국 감기 기운으로 와 며칠전부터 목구멍에 고추가루를 발라놓은 것 처럼 따끔거리고 몸이 무겁다 대충 견디기엔 힘겨워 점심시간 병원길을 나섰다 근 이십여일만에 바깥으로 나서니 정오의 햇살이 눈부시다 그동안 하루가 다르게 날씨의 변덕으로 봄이 실종된듯 했지만 밖을 나서니 둑방길에 노오란 개나리가 울타릴 치고 피었다 환하게 반겨주는 개나리의 노란빛이 어둡던 마음에 등불을 켜준다 벌써 일주일 넘게 꽃다운 젊은이들이 생사도 모른 채 바닷속에서 잠겨 있어 온통 어둔 소식에 잠식되어 있는데 마치 자살 증후군처럼 연이어 귀한 생명을 끊는 슬픈 뉴스만 반복하여 듣게 되니 마치 세상이 모두 그렇게 우울한것처럼 생각되어진다 꽃같은 나이에 부모곁을 떠난 비통하고 애석한 일에 내 마음도 무겁고 아프지만 극심한 실업난에 경기미져 불안하니 요샌 세상사가 봄이 없는 듯 해 지친 마음마져 가라앉고 이런저런 근심사만 가득한 거 같다 그러나 어느때라고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 아닌데 어둠속에서만 있다 보니 밝은 빛에 익숙치 못하고 더욱 움추리게 되는 것 같다
내 안을 보는 게 아니라 내 안에만 갇혀 살다보니 모든 게 무거운 짐이 되고 나만이 그러한 고통의 무게를 진것처럼 느껴진다 바깥을 돌아보면 다들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열심히 살고 세월은 시간을 멈추는 일이 없어 벌써 사월이 오고 세상은 봄빛이다 다람쥐 쳇바뀌 돌듯 늘 똑같은 반경을 살다보니 그게 전부처럼 생각되어지나 세상보는 눈을 돌려 새롭게 보면 거듭되는 일상이 새로워질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한곳만 보는 근시가 나를 더 외롭고 고립되게 하는지도 모른다 봄은 날마다 새록새록 자라고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펴고 꽃을 피우며 미소짓는데 내 안은 어둔 장막을 치고 있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 같다 한 반년만에 가까운 시내를 가니 사각진 간판으로 도배를 했던 거리가 도드라진 예쁜 글씨로 된 간판으로 심플하게 바꾸고 넓어진 건물의 여백엔 꽃이나 동화속의 그림조각으로 장식해 산뜻하고 시야가 즐겁다 거리가 생동감 있어 보이니 무겁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경쾌해진다 늘 제자리걸음 하는 지루한 일상을 보낸것 같은데 내 주위는 변하고 달라져 갔다
이제 저 둑방의 개나리가 지고나면 벚꽃이 흰눈처럼 피어 꽃구름을 이룰것이다 이미 난 아픈 상처들은 아물려지고 옹이진 자리엔 새 살이 돋아날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모든게 힘들어 보이고 짜증스러워 하면 내 주위도 어둡고 무겁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그러해 나로인해 다른 가족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쉽상이다 사월이 지나도 여전히 일에 몰려 휴일에도 꼬박 일하다 보니 녹초가 되었다 며칠전에 올리려던 글을 마무리 못해 미룬 시간이 꽤 되었는데 여전히 날씨는 변덕스럽고 세상일은 술술 풀리는 일 없이 침체되어 있다 사는 게 그리 녹녹치 않지만 이젠 화사하게 봄옷으로 갈아입고 싶은데 실술궂은 날씨는 아직도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바람이 차가워 몸도 마음도 춥다
다시 황사에 봄비가 오려는것 같다 하여도 어제 오늘 목련이 피려고 꽃몽우리가 상아빛으로 탐스럽다 바람이 메마를수록 입맛 잃고 피로해 지기 쉬운 봄이다 이 오솔길에 오시는 분들도 모두 감기 조심하시어 건강하시기 바라는 마음에 노오란 개나리 꽃빛을 전하고 싶다 세월이 오래 흘러도 사월이면 목월의 "사월의 노래"가 그립다 이보다 우리가 보낸 사월의 추억을 절절하게 그리워하게 하는 노래는 없는 것 같다 조용히 목월의 시를 음미하며 꽃이 피는 소리에 귀기울인다 밤길에 산수유꽃 핀 공원길을 지나려니 만개한 산수유가 하얀 눈꽃처럼 소담하다 어둔 마음을 열고 꽃이 피는 걸 보련다 꽃이 피고 지고, 그렇게 세월도 가고, 나도 강물처럼 흐른다
2010년 4월 6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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