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동백아가씨 / 서 안 나

먼 숲 2010. 1. 13. 12:22
  

  

 

  

 

 

 

 

 

 

 

 

  

 

동백아가

 

  

서  안  나

 

  


야야 장사이기 노래 쪼까 틀어봐라이
그이가 목청하나는 타고난 넘이지라
동백 아가씨 틀어 불면
농협 빚도  니 애비 오입질도 암 것도 아니여
뻘건 동백꽃 후두둑 떨어지듯
참지름 맹키로 용서가 되불지이


백 여시같은 그 가시내도
행님 행님 하믄서 앵겨붙으면
가끔은 이뻐보여야
남정네 맘 한 쪽은 내삘 줄 알게되면
세상 읽을 줄 알게 되는 거시구만
평생 농사지어봐야
남는 건 주름허고 빚이제
비오면 장땡이고
햇빛나믄 감사해부러
곡식 알맹이서 땀 냄새가 나불지
우리사 땅 파먹고 사는 무지랭이들잉께
땅은 절대 사람 버리고 떠나질 않제
암만 서방보다 낫제


장사이기 그 놈 쪼까 틀어보소
사는 거시 벨것이간디
저기 떨어지는 동백 좀 보소
내 가심이 다 붉어져야


시방 애비도 몰라보는 낮술 한 잔 하고 있소
서방도 부처도 다 잊어불라요
야야 장사이기 크게 틀어봐라이
장사이기가 오늘은 내 서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