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가끔 길을 잃은 날에

먼 숲 2009. 10. 12. 15:35

 

 

 

 

 

 


 



 

 

 Milena Galchina

 


 

 

 

사방으로 난 길이 있어도 헤메고
건너야 할 신호등 앞에서도 길을 잃고
깜빡거리는 불빛의 의미마져 잊어버립니다

간혹 장미빛처럼 빨간 불인데도 서둘러 건너고 맙니다
초록불이 먼 평원처럼 비추어도 망설이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야할 지 그 길이 보이지 않아
내 안의 어둠으로 별조차 뜨지 않는 밤을 맞이 합니다

 

내게로 가는 길은 실낱 같고 희미한데
나는 늘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아득한 거리에서 과거처럼 서 있고

안개속의 그 길목을 서성입니다

유독 나에게만 오는 길이 막혀 있어 오지 않는 것
유독 나에게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 가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삶은
진입로도 없는 사막에서

방향감각마져 마비된 어둔 길눈이 되어
잃어버린 이정표 앞에서 서성인다


 

2001.6.1일. 紫雲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