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름 여 행
평일 오전, 콘테이너박스를 실은 냉장차와 탑차, 접근금지를 써 붙인 유조차 탑재함 가득 실은 짐차와 탱크처럼 돌진해 오는 트레일러가 질주하고 휴일이면 꼬리를 물고 가던 승용차가 드믄 드문 지나가니 고속도로가 마치 사막의 하이웨이처럼 쓸쓸하고 삭막하다 뜨거운 칠월의 태양빛이 고속도로를 달구고 산너머엔 구름이 설산처럼 웅장하다
피곤한 모습으로 홀로 운전대를 잡으며 짐을 실어 나르는 짐차들 사이에서 나도 어디론가 실려가는 짐이 된 듯 떠나는 혼자의 여행 이제서야 나는 맞물려 돌아가는 괘도를 벗어난 자유로운 이탈자임을 느낀다 잠시 긴장과 우울과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자유는 외롭고 쓸쓸하다 뜬금없이 구름이 되어 홀로 길을 나선 아침, 갑자기란 순간엔 설레임이 없다 나는 母川을 찾아 회귀하는 연어처럼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른다
이
틀
후
나는 다시 회귀본능처럼 집으로 돌아 간다 나는 잠시 청도라지 꽃 피는 산자락에서 꿈을 꾸었다 구름처럼 서 있고, 바람처럼 언덕을 넘고, 물처럼 시간을 흘려 보냈다 산딸기로 배를 채우고, 풀향기로 마음을 씻고, 산빛으로 눈을 씻었다 蘭같은 사람들에게서 蘭을 가꾸듯 삶을 가꾸는 은근한 情과 향기를 보았다 아무것도 준 게 없는 데 나는 덤으로 많은 것을 받기만 한 사랑의 무거움에 등을 돌리고 오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따듯한 마음의 빚에 가슴이 시려웠다
서울로 들어오는 톨게이트 문이 위병소 문처럼 두려워진다 저 문을 넘으면 더위를 먹은 듯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 삶의 경계이다 서늘한 산그늘 아래서 자라는 蘭같은 일상의 은은한 꿈을 깨고 다시 이탈된 톱니를 끼우고 긴장과 현실의 팽팽한 피댓줄을 조인다 아직 머물던 여행지에서 마음이 돌아오지 못한 허허한 저녁길 노을은 그 곳 산자락으로 기울며 다시 돌아가고픈 여운으로 어두워진다
나는 버들치 노는 칠월의 맑은 물가에 그리움의 알을 슬어 놓고 왔다 어느 한 계절이 가고 들꽃처럼 그리움의 알들이 부화되는 날 나는 다시 어린 치어가 되어 母川을 찾아 먼 상류를 거슬러 오르리라 내 마음의 고향, 내 마음의 오지를 찾아 다시 구름이 되어 떠나리라
2009. 7. 7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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