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흐르는 물처럼

먼 숲 2009. 6. 18. 10:40
 
 
 
 
 

 

 

 

 

 

   

 

 

  

 

 어느덧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夏至(하지)가 낼 모레입니다

 한 해의 가운데인 유월, 하루의 중앙인 유월의 정오에

잠시 푸른 강가에 나가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습니다

개망초가 달빛처럼 하얗게 핀 갯둑에 앉아 보았습니다

물새처럼 고개 숙여 맑은 물속을 망연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무성한 풀섶을 수놓은 연분홍 메꽃이 시계처럼 피고지며

뜨거운 태양이 내 정수리의 가운데를 지나는 이맘때 쯤엔

문득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세월의 고갯길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세월처럼 유유히 흐르는 물은 내 마음을 관통하며

강으로, 바다로, 아득한 세계로, 고요히 흘러갑니다

나도 이젠 참 멀리 흘러와 세월의 하류에서 해찰거립니다

 

먼 산골짜기에서 느린 산그림자가 내려오고

도심의 골목길로 더운 바람이 불어가는 유월입니다

짙은 밤꽃 향기가 초록바람속에 묻어 와

발정난 수캐처럼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오

 더위에 축 늘어진 마음을 추수리며 일터로 향하다

붉은 접시꽃처럼 환하게 웃어 봅니다

반짝이는 물비늘을 만들며 흐르는 강물이

짧은 내 꼬리를 따라 빠르게 달려 옵니다

그렇게 올해도 허무하게 일년의 반동강을 잘라 먹었습니다

개망초 흐드러지게 핀 여름은 녹음처럼 깊어가고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가 지루해지지만

가끔은 흐르는 물을 따라 마음을 흘려 보냅니다

흐르는 물을 따라 그렇게 나도 따라 갑니다

 

 

 

2009.6.18 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