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休息

황야의 이리

먼 숲 2008. 6. 30. 09:30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 때문에 몰락하고, 돈을 가진 자는 돈 때문에

 굴종하는 자는 굴종 때문에, 쾌락을 쫓는 자는 쾌락 때문에 몰락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황야의 이리도 그의 자유 때문에 몰락하였다

그는 목적을 이루었다. 그는 점점 더 자유로워졌고

아무도 그에게 명령하지 않았으며 그는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자유롭게 혼자서 자신의 일체의 행동을 결정했다

강한 자는 자신이 진정한 충동에서 추구하는 것을 반드시 이루어내게 마련이다

그런데 손에 넣은 그 자유의 한가운데에서 하리는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그의 자유는 죽음이며, 그는 외톨이이고, 세상은 그를 끔찍스럽게 방치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그와 관계를 맺지 않으며

더욱이 그 또한 자신과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는 점점 더 희박해지는 관계 상실과 고독의 공기 속에서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고립과 자유는 더 이상 그의 소망이나 목적이 아니라

그의 운명이요, 그에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자살자는 개성화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다시 말하자면

인생의 목적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완성과 실현에 있지 않고

자신의 해체, 즉 어머니에게로, 신에게로

전체에게로 돌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천성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로 자살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자살이 죄악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들은 자살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삶에서가 아니라 죽음에서 구원을 보며

자기자신을 바치고, 내던지고, 지워버리고

시원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헷세의 "황야의 이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