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구부러진 길 / 이 준 관
먼 숲
2008. 4. 29. 09:44
구부러진 길
이 준 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 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사진 김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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